

《만사형통》(더 스퀘어, 2024)에서 작가는 조선시대 민화를 모티브로 ‘그림의 용도’라는 화두를 던진다. 갑오경장 이후 폐관된 도화서의 화공들은 생계를 위해 민초들을 위한 그림을 그려 팔았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했다고 해야 할까? 조선시대의 민화는 여러 관점에서 대단히 현대적이고 세련되었으면 탁월한 용도를 가진 그림들이다. 이러한 조선시대의 민화를 대상으로 임파스토 기법으로 그렸다. 민간신앙의 꿈에 답하듯 수많은 상징을 통한 화조도, 초충도, 십장생도 등을 현대미술로 끌어들인 이 ‘민화를 그린 그림’들이 민화가 그랬듯 민초들의 기복 소망을 채워 줄 수 있을까?
대표작 <호피도> (2024)는 제작 과정에서 아이러니 하게도 호피의 묘사를 벗어나려고 애 썼다. 다만 수많은 붓질을 남기며 분방한 우연성을 받아 들이려고 했고 최대한 본능적인 제스쳐를 유지하면서도 호피(도)로서 빈틈이 없는 시각적 결과를 내려고 했다. 호랑이 가죽 그림이 아니라 ‘민화를 그린 그림’ 이기 때문에 ‘민화적인 태도’, 즉 자유롭고 격식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했다는 것이다. 어진화사를 그리던 도화서 화공들이 낙관과 서명이 없는 그림을 그렸을 때를 상상하면서 말이다. 여기에 또 하나의 과정이 더 필요했다. 호피도가 갖는 특이점은 한국민화에만 나타나는 유일한 도상이라는 점과, 벽사(辟邪)의 용도를 갖는 다는 점이다. 뿔 달린 호랑이 형태의 상상의 동물 벽사는 액운과 잡귀를 물리치는 역할로 신부의 가마 속을 휘감는 ‘용도’로도 사용되었다. 그러면 어떻게 이러한 용도를 평면회화에 담을 수 있을까? 마른 유화물감 모아 태우고 그 재를 호피의 무늬를 그리는 안료로 물감에 섞어 그렸다. 마치 부적 쓸 때 사용하는 경면주사처럼 어떤 효험을 불어 넣는 기능으로 말이다. 호피도 앞에서 찍은 사진이 액운으로부터 보호해 주기를 바라는 기원이 전달될까? 《만사형통》은 그런 기원의 과정을 믿고, 행하면서 현대회화에 필요한 어떤 가치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요사스러운 귀신을 물리친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벽사는 ‘사예(邪穢)를 물리친다’, 즉 ‘마귀를 쫓는다’는 뜻으로 ‘벽사수(獸)’라고도 한다. 그 모양은 범과 비슷하나 뿔을 가진 공상의 동물에서 유래한다.

<홍매화도> 2024, 종이 위에 유채, 재, 경면주사, 금분 208×150㎝


<호피도> 2024, 캔버스 위에 유채, 재, 521×162.5㎝

‘만사형통’ 전시 전경

<호피도: #01 / #02> 2024, 캔버스 위에 유채, 재 130×162.5㎝

<호피도: #03 / #04> 2024, 캔버스 위에 유채, 재 130×162.5㎝

<포도도: #01, #02> 2024 캔버스 위에 재, 유채, 81×117㎝

<초안도: #01> 2024 캔버스 위에 재, 유채, 73×91㎝



<파초도> 2024, 캔버스 위에 유채, 재, 90×145㎝


<초충도> 2024, 캔버스 위에 유채, 재 38×45.5㎝

<불로초도> 2024 캔버스 위에 유채, 재 25×25㎝

<초충도> 2024, 캔버스 위에 유채, 재 36×46㎝ / <초충도> 2024, 캔버스 위에 유채, 재 36×46㎝


<화조도> 2024, 캔버스 위에 유채, 재 38×45.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