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D TV> 2010, 14 인치 브라운관, LED 램프
<싸인> 2010, 몽인아트센터, 서울
어두운 방안에 핑크 빛 네온으로 쓰인 이 텍스트 작업은 색채의 달콤함과는 달리 모호한 회색 빛의 의미 범주를 가진다. 두 벽면과 맞닿은 모서리에 걸쳐 3개의 부분으로 나뉘어 써진 텍스트 ‘RESPONDNABILITY’는 책임감을 뜻하는 ‘responsibility’를 ‘respond’와 ‘ability’로 해체하고 이것을 다시 ‘and’로 연결한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분절된 단위에 의해 (비)의도적으로 드러나는 또 하나의 의미단위는 ‘DNA’이다. 확정된 개념으로 고정된 것이 아닌, 불안정하게 쓰여 있는 텍스트를 제시하는 상황은 작업에 새로운 컨텍스트를 끌어들인다. 관객의 이동에 따라 텍스트는 연속선상에도 놓이게도, 분절되고 독립적인 각각의 단어로 인식되기도 하는데, 이러한 구조는 필연적으로 모호한 상관 관계에 놓이거나 불명확한 의문을 남기는 영역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책임 있게 응답하는 것’과 ‘능력’ 사이에 존재하는 ‘그리고’ 혹은 ‘유전자’는 과연 무엇을 위해 속단적인 의미부여를 지연시키고 있는 것일까.

<Sign> 2010, 네온, 가변설치

<Sign> 2010, 네온, 가변설치
<wobniaR> 2010, 몽인아트스페이스, 서울
전시장을 가로질러 설치된 유리구슬 커튼 작업 <wobniaR>는 관객의 이동경로를 가로 막고 설치되었다는 점에서 <Intervention> 연작(2006)과 맥락을 공유한다. 하지만 무심코 통과해 가거나 쉽사리 비껴가기 애매하게 연출된 상황은 한층 더 얄궂다. 주위에 생기는 작은 움직임의 영향에도 서로 부딪혀 산산조각 날 지 모를 수많은 유리구슬들은 투명한 만큼이나 연약하기 때문이다. 유리구슬 커튼을 기준으로 양분된 공간에 전시된 작품들과 관객들의 입장은 고스란히 만 개의 유리구슬에 역으로 투사되고 있다. 다만 표피가 채색된 구슬들만이 존재하지 않는 무지개의 빛깔을 무한히 비추고 있을 뿐이다.

<wobniaR> 2010, 유리볼 10,000개, 가변설치
<배수로> 2010, ‘유원지에서 생긴 일’, 경기도 미술관
<배수로>는 기존의 장소, 즉 미술관의 건축적 구조 속으로 스며들어 그 장소와 더불어 삶을 영위하도록 제안된 작업이다. 경기도미술관의 경우, 주 출입구 방면의 녹지화된 수공간 주변을 따라 배수로가 배치되어 있는데, 이것은 미술관 주변을 오가는 방문객들의 시선을 유도하는 동시에 실질적으로 그들의 동선을 구성하기도 한다. 이러한 기존의 요소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제안된 <배수로>는 일반적으로 동일한 크기의 구멍이 반복적으로 뚫려있거나 격자의 주물로 제작되어 있는 배수로 덮개의 재질과 형태에 미묘한 변화를 주어 새로운 혹은 낯선 시각효과를 유도한 작업으로, 여전히 배수로로서의 기능 역시 충실히 수행하게 된다. 즉, 텍스트 형태로 치환된 구멍은 배수의 기능을 수행하는 동시에 텍스트가 담고 있는 개념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시각적 기능도 함께 수행한다. 이렇듯 띄어쓰기 없는 일련의 텍스트로 구성된 이 작업은 숨쉴 틈 조차 허락되지 않는 우리의 반복적인 일상의 단편을 반영하고 있다. 의외의 장소에서 우연히 발견된 이 텍스트가 과연 미술관의 주변을 맴돌던 발걸음을 미술관 안으로 이끄는, 혹은 반복된 삶에 변화를 가져오는 사색의 단초를 제공해 줄 수 있을까? 그 답은 알 수 없다. 하지만 미술관을 에워싸고 있는 ‘조금은 다른’ 이 배수로를 통해 ‘안락한 익숙함’의 지루한 반복 속에서 ‘낯선 익숙함’을 인식하도록 하는 것, 그리고 그것에 과감히 직면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나의 작업이 꿈꾸는 ‘또 다른 세계로 향하는 의식적이고 자발적인 단절의 행위’이다.
‘The Drain’ soaks through the architectural structure of the existing place, that is, the art museum and proposes to lead a life with that place. In the case of the Gyeonggi Museum of Modern Art where the drain is placed along the waterway surrounded by the green landscape near the main entrance of the building, it catches the eyes of the visitors moving around the museum and at the same time guides actually the flow of their traffic. Accepting actively the existing elements and assuming faithfully the role of a drain, ‘The Drain’ brings, with a new or unfamiliar visual effect, a subtle change into the texture and form of the drain covers that show generally holes of the same size in repetition or are made up of lattice casting. The holes, in the form of text substitutes, assure the drainage and also accomplish the visual function of delivering the conceptual message contained in the text. This work, composed of a series of texts without any word spacing, reflects the fragments of our repetitive everyday life in which we are not even allowed moments for breathing. Is it possible that this text, found by accident in an unexpected place, attracts the visitors, passing by the museum, into the museum or constitutes a beginning of thought which can change the repetitive life? The answer is not known. However, making people perceive the ‘strange familiarity’ in the tedious repetitions of ‘comfortable familiarities’ through this ‘some different’ drain surrounding the museum and confront them with it, that is ‘the conscious and voluntary act of rupture heading towards another world’ my work is dreaming of.

<배수로> 2010, 코르텐 스틸, 경기도 미술관

<배수로> 2010, 코르텐 스틸, 경기도 미술관